2022년 10월 1일
여행도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사실상 마지막 여행일이기도 했다.
미션 2번째인 바티칸 투어를 계획했고, 바티칸은 2016년과 동일하게 현지 투어를 신청했다. 아침 일찍 모여서 바티칸 박물관까지 보고 시마이하는 투어였다. 그러나 혼자 바티칸을 갔을 때, 여기는 꼭 여자친구와 와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바로 성 베드로 성당과 쿠폴라였기 때문에, 당연히 쿠폴라까지 올라가는 것을 계획하였다.
전날 의외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훌륭한 휴식이 되었기 때문에 이 날은 아주 개운하게 바티칸 투어에 합류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바티칸은 이탈리아 반도에 있지만 이탈리아가 아닌 독자적인 국가다. 물론, 예외상황이 벌어지면, 이탈리아가 바티칸을 접수해도 사람들은 그려려니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어쨋든 바티칸에 진입하려면 바티칸을 빙 둘러싸고 있는 성벽의 쪽문 같은대로 들어가게 되어있다. 물론 나올땐 아니다.



바티칸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예술품이 있지만,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예술품은 그리스 로마 시대에 만들어진 라오콘 군상,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있다.
라오콘 군상은 바티칸 미술관에 있고, 피에타는 베드로 성당 안에 있다.















라오콘 군상은 고대 그리스 시대에 만들어진 조각상으로, 포세이돈에 의해 뱀으로 살해당하는 라오콘과 그 두 아들이 아주 현실적으로 표현되어있는 조각상이다.
특히 뱀에 물려 독에 의해 살과 혈관이 부푼 모습까지 표현될 정도라고 하니, 2500년전 사람들의 예술적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지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바티칸 미술관에서 태피스트리가 전시되어있는 긴 회랑은, 개인적으로 베르사유 궁전 거울의 방보다 훨씬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긴 회랑의 벽엔 수 많은 태피스트리가 전시되어 있고, 천장에는 황금빛으로 된 그림들이 가득하다.



시스티나 경당으로 가는 길에 미션 임파서블 3에서 헌트의 바티칸 잠입 씬에 나오는 곳이라 한번 찍어봤다.
바티칸 미술관 중간에는 라파엘로의 매우 유명한 그림 <아테네 학당>이 있다. 바티칸 미술관 입장권 표에도 이 아테네 학당이 그려져 있는데, 그러다보니 모두가 그 티켓을 그림과 겹쳐서 인증사진을 찍는다.
나도 2016년에 그렇게 찍었고, 이제 그 컬렉션에 여자친구도 추가하였다.

그리고는 유명한 시스티나 성당의 프레스코화가 나온다.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엔 미켈란젤로가 그린 천장화가 있는데, 성경의 여러 내용을 그린 이 천장화에는 그 유명한 천지창조가 있다.
여기 원래 사진 못찍게 하는데, 그냥 핸드폰 뒤집어서 위를 찍어봤다...핸드폰은 뭐...후레쉬도 없으니까......근데 카메라를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찍는 시늉만해도 온 사방에 쁘락치처럼 있는 경비원들이 찍지 말라고 바로 경고를 하니 찍지 않도록 하자!

시스티나 성당까지 보고 나면, 바티칸 미술관 투어는 끝난다.
현지투어의 스케줄도 여기까지였고, 이제부터는 나와 여자친구 둘이서 베드로 성당을 보고,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를 올라가는 계획만 남았다.
베드로성당을 들어갈 때는, 그래도 성당이니만큼 민소매나 핫팬츠 이런거를 입고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다. 근데 그런 복장을 강력하게 앞에서 잡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민소매를 입더라도, 카디건이나 바람막이 같은걸 걸치면 되니, 아니면 담요라도 하나 걸치고 들어갈 수 있게 준비하는것도 센스라고 하겠다.
베드로성당을 들어가기 전에 성당 입구 위를 보면 예수와 그 열 두 제자가 성당의 페디먼트 위에 떡 하니 서있다.
이 조각상이 참 웃긴게, 예수를 보면 마치 십자가를 몽둥이처럼 들고 그 건장함을 보이고 있는데, 과연 악마들 다 물리력으로 때려잡을 수 있겠다 싶었다.
성당 앞에는 예수와 열두제자에 못들어간 바울이 그의 상징 검을 들고 서있는데, 십자가 몽둥이에 비하면 그리 강해보이지 않다.

베드로성당은 아마도 인간이 만들어낸 건축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에 꼽힐 것 같다.
그 웅장함은 참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데, 사그라다 파밀리와 성당과는 다른 고전적 느낌의 아름다움이 잘 표현된 곳이다.
특히 성당 안에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는 참으로 멋있는데, 분명 예전에는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거 같은데, 굉장히 멀리 서서 볼 수 있도록 바뀐거 같았다. 이유를 들어보니, 어떤 사람이 피에타를 부숴버리려고 했던 적이 있어서(실제로 조금 부숴졌다고 한다) 접근을 막은거라고 한다.
2016년에 느꼈던 감탄의 감정과는 별개로, 이번엔 다른 감정도 들었다.
영화 <인디아나존스 3: 최후의 성전>을 보면, 마지막에 인디아나 존스가 3가지 시련을 극복하고 성배를 찾는 장면이 나온다. 성배를 찾는게 사실상 4번째 시련인데, 선반 위에 수 많은 컵들이 놓여있고, 그 중에 성배가 무엇인지 찾아야하는 것이다.
그때 인디아나 존스를 협박하고 따라왔던 욕심쟁이 악역이 먼저 영생을 얻겠다고 수 많은 성배가 놓여있는 곳에서 금으로 된 화려한 잔을 선택해 그 잔으로 물을 떠 마시나, 성배가 아닌 잔이었기에 죽고 만다.
그걸 본 인디아나존스는, 예수는 가난한 목수였기에 최후의 만찬에서 그런 잔을 사용했을 리 없다 생각하여 가장 초라해보이는 나무 잔을 선택하게되고, 그의 예상대로 그 초라한 잔이 바로 진짜 성배였다.
교회는 유럽의 중세 천년을 떠받을은 거대한 관념덩어리이다. 그 관념 덩어리에 인간적인 것들이 덕지덕지 붙으면서, 가난하고 초라한, 그러나 안간의 영혼을 지탱해주는 예수 시대의 진정한 모습은, 유럽의 수 많은 성당에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베드로성당을 보면 예루살렘 성전 앞에서 떠드는 세리와 상인들을 쫓아냈던 성경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한다.






성당을 다 구경하고 쿠폴라에 올랐다.
쿠폴라에 오르는 길이 참으로 좁고 힘든 기억이었어서 엘리베이터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걸어 올라갔다. 그때는 참 힘들었다는 생각이었는데, 의외로 오르는데 그리 힘들진 않았다.




사실상 쿠폴라를 오르는 이유는 바로 이 광경을 보기 위함이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조금 무서울 수 있으니 조심하자!
쿠폴라를 다 보면 이제 바티칸에서 더 갈 수 있는 곳은 없다. 사실 관광객에게 공개된 장소는 제한적이라 다 보고나면 저 원형 광장을 지나 로마로 들어갈 수 있다.

광장을 통해 바티칸 out 로마 in을 하면 큰 주작로 같은 길을 따라 기념품을 살 수 있는 노점과 골목 골목 식당들이 있다. 뭐 여기서 기념품을 사도 큰 차이는 없으나, 베드로 성당 안에도 기념품을 팔고 있으니, 특히 카톨릭 기념품들이 많은데, 성당 안에서 수녀님들이 판매하고 있으니 거기서 사는게 뭔가 기분은 더 좋다.






바티칸에서 나오니 15시 정도였고, 골목을 돌고 돌아 밥을 먹었다. 그리곤 후식으로 젤라또도 먹었다!
로마 뿐만 아니라 유럽은 오히려 길거리 아이스크림은 젤라또로 천하일통 되어있는 느낌인데, 대부분이 맛있다. 우리나라에도 젤라또를 파는 곳은 있으나, 왜 여기와 같은 맛은 안날까. 그것은 진짜 젤라또의 맛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여행온 분위기 때문일까...
작은 로마 안에서 관광지는 얼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고, 스페인 계단과 트레비 분수, 그리고 조국의 제단을 보고 숙소로 돌아가는 후반기 계획을 짰다.
스페인 계단은 사실 별로 볼 게 없는 곳인데, 오드리 헵번의 팬인 나는 <로마의 휴일>을 떠올리며 아 저기가 그레고리 펙과 오드리가 내려오던 계단이구나 하며 재미있게 봤다. 참고로 옛날에 열심히 하던 게임인 <월드워z>의 로마 미션을 하면, 저 스페인 계단 위에서부터 좀비떼들이 미친들이 쏟아지는 웨이브 구간이 있는데, 그거도 생각나서 웃겼다.
트레비분수는 삼거리 분수로 그냥 삼거리에 있는 분수다. 트레비 분수 앞에 정말로 사람들이 많은데, 그러다보니 트레비 분수를 배경으로 사진 찍는것도 굉장한 경쟁이다.
소매치기가 딱 봐도 많아보이는 곳이니 조심하자!





가는 길에 판테온도 옆에 있어서 구경했다. 들어가진 않았는데, 들어가지 못했다. 아마 시간이 안되어서 그랬던거로 기억하는데, 19시에 문을 닫다보니 18시 30분정도까지가 마지막 입장 시간이라 밝은 날씨에 아직 늦은 오후겠거니 하다가 놓쳤다.
조국의 제단은 민족주의 국가가 의례 그렇듯 절대로 꺼지면 안되는 불이 켜져있는 제단이다.
래리 시덴톱의 <개인의 탄생>이란 책을 보면 초반에 고대의 가족과 고대의 도시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퓌스텔 드 쿨랑주의 <고대도시>를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 이에 따르면 고대로부터 절대로 꺼지지 않는 불은 바로 조상을 섬기는 종교였으며, 각 가문마다 섬기고 있는 불에 제사를 지낼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가 바로 고대의 가족이라고 한다.
디즈니의 만화 <엘리멘탈>을 보면, 아시아를 상징하고 있는 불의 족속들이 바로 그 꺼지지 않는 불을 숭상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꺼지지 않는 불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신성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조국의 제단에도 두 개의 화로가 절대 꺼지지 않은 채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그 불을 보고 어떤 숭고함을 느끼고, 그 숭고함에 함께 할 수 있는 자가, 바로 이탈리아 민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무솔리니가 영국과 프랑스에 선전포고 할 때 바로 이 조국의 제단 바로 앞 베네치아 광장에 있는 베네치아 궁전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 유튜브에 잘 나와있는데, 그 영상을 보면 무솔리니의 전쟁선포에 수 많은 로마 사람들이 모여 환호하는 광기어린 모습을 볼 수 있다.
Benito Mussolini Declares war on Great Britain and France – June 10, 1940
조국의 제단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다. 조국의 제단은 콜로세움과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걸어서 숙소로 올 수 있었다.
이제 다음 날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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