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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행복의 기원 - 서은국

어빈2 2024. 6. 2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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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서은국
평점 6
 


개요

 
연세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서은국 교수의 행복에 관한 책으로, 행복이 인간의 생존을 위해 설계된 진화론적 수단이라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시중에 떠도는 행복론들이 어느정도 헛다리를 짚고 있으며, 실제 행복의 본모습은 의외로 단순하고 본능적이라는 것이다.
 


내용

 
1. 행복은 생각인가
시중의 행복론은 행복해지기 위해 생각을 바꾸라고 조언하는데, 행복은 인간 안에서 만들어지는 복잡한 경험이지, 생각이란 말 하나로 퉁쳐지는게 아니다.

인간은 '생각'을 위시한 의식적인 행동들, 즉 이성을 과대평가 하는 경향이 있는데, 생존을 위한 인간의 진화론적 역사를 볼 때 인간의 무의식적 동물/본능의 영역이 훨씬 크다.

2. 인간은 100% 동물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것은 동물적 무의식적 행동들이며 이는 DNA에 박혀있다.

3. 다윈과 아리스토텔레스, 그리고 행복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의 삶에 목적이 있다고 말했고, 그 목적이 행복이라고 했는데, 아리스토텔레스의 틀에 따라 지금까지의 행복론이 전개됐었다.

그러나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 아니며, 인간의 모든 특성은 생존을 위해 최적화된 '수단'들이며, 행복 또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다.

4. 동전탐지기로 찾는 행복
그럼 왜 인간은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었을까?

사냥을 하여 밥을 먹고, 이성을 만나 섹스하는 것에 행복을 느끼게 설계된 것이  인간이 생존하고 번식하는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이다.

뇌가 주는 두 가지 신호, 쾌와 불쾌는 즐거운 것을 계속 하고, 불쾌한 것을 멀리하게하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5. 결국은 사람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다른 인간과 협력할 수 밖에 없었고, 협력에 선호를 가진 개체들이 생존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은 늘 서로를 필요로 하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도록 설계되어있다.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1)객관적인 삶의 조건에 크게 좌우되지 않으며, 2) 물려받은 유전적인 특성, 즉 외향적일수록 더 행복하다.

6. 행복은 아이스크림이다
인간은 한번에 큰 소득을 얻는다고 행복도 거기에 비례하지 않는다.

생존을 위해 행복이 설계된 만큼, 밥을 먹고 섹스를 하는 것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도록 행복은 설계되어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에 달려있다.

마치 아이스크림이 결국 녹아 없어지는것 처럼 말이다.

7. 사람쟁이 성격
외향적인 사람일수록 행복하다. 즉, 행복은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행복해지기 위한 노력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심지어 내성적인 사람도 사람과 함께 할 때 행복감을 느낀다. 다만 사람은 행복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양날의 검으로써, 불편함을 주기도 하기 때문에, 내성적인 사람은 외향적인 사람보다 불편함을 더 많이 느끼는 성질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8. 한국인의 행복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잘 사는 국가들은 서양과 다르게 행복감이 상당히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다. 개인주의 문화일수록 행복감이 높다. 과도하게 타인을 의식하는 집단주의 문화일수록 사람과 부대끼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커지고 행복도가 낮아진다.

9. 오컴의 날로 행복을 베다
행복에 대해 가타부타 사족 붙이지 말고, 행복이 쾌락과 큰 관련이 있음을 인정하자.

인간의 행복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할때 오는 법이다.
 
 

느낀점

 
독서토론 책으로 읽었다. 평소에 한국 작가의 책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상당히 읽을만 한 책이었다.

지금은 널리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말인, '행복'도 생존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이런 종류의 진화론적 관점을 취하면, 사실상 많은 인간의 행동들이 상당히 기계적으로 해석되는데, 예를들어 우리가 숭고하게 여기는 모성애 조차 진화론적으로 설계된 하나의 번식을 위한 행동으로 해석된다거나, 이타적인 행동들도 이기적 동기에 의한 전략이라는 식이다.

인간도 자연에 의해 적합하게 설계된 정교한 유전자 기계라는 것이다. 그래서 눈먼 시계공 얘기가 나오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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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관점은 포스트모더니즘과 유사한 결론으로 유도된다고 생각한다.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주장하는 것은 가치의 위계질서가 없다는 것인데, 우리가 삶을 사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없다면, 무도덕적인, 몰가치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책들도 그런 느낌을 준다.

우리가 아름답다거나, 중요하다거나, 엄숙함을 느끼는 많은 인간의 행동들이 사실은 유전적으로 설계된 것에 불과하다면, 모든 행동들이 사실 하찮게 느껴지게 된다.

그래서 진화론 관련된 책은 유독 박탈감이 심하기도 한데, 그래서 읽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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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외향성이라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크게 결정된다는 점은 새롭게 안 사실이라 좋았다.

나같은 경우 매우 내향적인 사람임에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늘 인지하고 있었는데, 사람을 만나는 것을 목적으로 한게 아닌, 컨텐츠를 목적으로 한 모임을 늘 찾아다녔던 것도 그래서였다. 사람을 만나는게 중요한데, 내향적인 성격이니 늘 사람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해서, 컨텐츠를 중심으로 모이고, 같이 즐기는 사람들끼리 친해지는 방식이다. 
 
대학생때는 서예 동아리를, 사회인이 될 때 즘엔 합창을 시작했고, 지금 독서모임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여 한 행동들인데, 행복이 사람을 만나는데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인도된 거였다니, 그런 점에서 과학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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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행복 파트에서 행복이 개인주의와 집단주의 문화의 차이 때문이라는 점에 대해선 상당히 공감하는 편이다.

사실 한국인의 행복도가 집단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은 조금 진부하기도 해서, 왜 한국인은 집단주의에서 탈피하지를 못하는가가 더 유의미한 질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 원인은 이 책의 작가의 태도에서도 은연중 드러나는데, 예를들면 금모으기 운동이나, 2002 월드컵 때 거리 응원을 상찬하는 등이다. 과연 그게 좋은 일일까?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인이 집단주의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이유는 1) 그게 아시아적 특성이자,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고, 2) 이러한 본성을 벗어나기 위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교육을 단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초중고 교과서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개인이 뭔지, 자유가 뭔지 제대로 알려주고 있지 않다. 그나마 자유라는 말은 '자유로운'이라는 수식어로서 나올 뿐이고, 자유에 대한 정의도 '자유는 좋지만 너무 과도한 것은 나쁘다'식의 말도 안되게 전해지고 있을 뿐이다.

애초에 자유는 인간의 자유를 뜻한다. 즉 나의 자유가 중요한 만큼 남의 자유도 중요하기 때문에 내 자유는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긍정된다는게 '자유'가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인들의 집단주의 문화는 자유와 방종을 구분못하고 있다.

무엇이 진정한 개인이고, 진정한 개인일진데, 개인으로서 무엇이 훌륭한 삶인가, 그렇다면 개인의 연장으로서 가족은 무엇인가? 사회는 무엇인가에 대한 개인주의 관점의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으니, 늘 하던대로 가치를 누군가가 정해줄 수 있는 공동체적 시선에 비춰보게 되고, 공동체가 해체되고 있는 지금엔 수량화된 '돈'에 결부되는 것이다.
 
작가는 행복하기 위해서 생각을 바꾸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지적하고 있지만, 후반부에 작가가 하는 말인, 행복해지기 위해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말라는 말도 그만큼이나 허무한 지적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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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마지막에 결국 행복이란 외향성이란 유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람들과 같이 식사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아담 스미스가 한 말과 동일하다. 사랑하는 가족끼리 조촐하더라도 같이 저녁 식탁을 차리는데 행복이 있는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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