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정희원
평점 2
개요
노인의학을 전공하는 의사가 쓴 책으로, 어떻게 하면 얇고 길게 살 수 있는지를 쓴 책이다. 그리고 그 방법으로 절식(저녁 6시 이후로 금식)과 운동을 권하는 하찮은 책이다.
내용
총 3부로 구성되어있다.
1부는 노화의 정의 파트다.
2부는 노인 질병에 대한 얘기다
3부는 지속가능한 나이듦이란 제목에 부합하는, 사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파트다. 바로 초고령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들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다.
느낀점
독서토론 책으로 선정되어 읽었는데, 알라딘에서 책 소개를 보니 욜로(You Only Live Once)가 어쩌고 말이 많아서, 평소 욜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나로선 꽤 흥미가 일었다. 정작 욜로 얘기는 굉장히 짧게 나와서 아쉬웠다.
작가가 아는바에 따르면 가속노화라고 나중의 에너지를 지금 땡겨쓰는 개념의 노화가 있는데, 욜로가 그렇다는 거였다. 젊었을 때 미친듯이 일해서 일찍 은퇴하는 것은 가속노화를 촉진시킨다는 거였는데...나랑 생각이 많이 달랐다.
일단 난 가속노화라는 개념은 모른다. 내가 욜로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그것이 삶의 책임을 일찍 내려놓으려는, 오직 금전적인 보장만이 인생에서 자신이 겪는 가장 큰 문제처럼 여기는 정신문화의 타락 현상이기 때문이다.
긴 인생에서 우리가 깨달아 갈 것은 많다. 그리고 돈은 그 안에서 매우 중요하다. 근데 문제는 어떤 문제에 직면하고, 해결함에 있어서 돈이 중요할 때, 이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인생을 느끼는 것이지, 해결된 상태 그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것은 아니란 것이다. 포퍼의 말 마따나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만약 돈이 많아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쉽게 해결 가능한 상태가 된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인생에서 느끼는 바가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부자가 되고싶다고 늘 말하지만, 정작 부자가 된 상태가 무엇인가에 대해 천착하는 사람은 없어보인다. 그저 당장 일을 안하고 싶고, 사고 싶은것 사고, 가고 싶은곳 가는게 다다. 그러나 진실은, 부자가 된게 의미있는게 아니라 부자가 되어가는 과정이 훨씬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무언가를 얻고싶다면, 그 만큼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물질적 가치를 뛰어넘는다.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자는 말을 하면서 돈과 물질을 저주하고 정작 자신은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려고 바둥거리는 사람의 행태는 얼마나 초라한가.
그래서 욜로를 부정적으로 보는데, 작가는 가속노화라는 개념으로 이를 비판한다. 근데 이렇게 비판하면 문제가 되는게, 그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타고난 재능이나 또는 물려받은 것으로 젊은 나이에 은퇴한 사람은 어떻게 되는가? 작가의 관점에선 이를 비판할 수 없다. 그만큼이 한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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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는 사실 대부분이 아는 얘기를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 읽고나서도 이해가 안됐던 것은, 그래서 노인의학이 뭐냐는 거였다.
노인의학이 정말 필요한 부분이, 책의 사례처럼, 각 병에 대한 약들은 서로 경합할 수 있으니, 이를 통시적으로 볼 수있는 학과가 필요하다? 이정도였지, 그 이외엔 노인의학이 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작가의 말대로 많은 질병이 노화에 기인한다면, 지금 동네에 있는 의원 중에서 노인 환자를 안보는 곳이 어디있는가? 대부분의 내과 의사들은 노인의학을 하는게 아닌가? 근데 왜 노인의학이 부족하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노인은 장애인과 같은 특정 집단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시간이 지나면 겪는 현상이다. 또한 대부분의 질병은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병이다. 애초에 의학의 타게팅이 노인이라는 것이다. 그럼 오히려 노인의학이 기본값이고 오히려 젊었을 때 노인성 질환이 생기는, 청년 의학이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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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는 자기 전공을 벗어난 얘기를 하고 있다.
의사들은 물론 전문직이지만, 종종 지식인과 동의어로 여겨질 때가 있는데, 내가 일했던 시민단체 경험에 따르면, 의사는 의학 전문가지만 사회문제에 대해선 아닌 경우가 많다.
3부는 딱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예를들어 노인연금이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재정 절벽에 이르를 수 있다는 대에 대한 서술이다. 물론 재정 절벽이 온다는 것은 이미 다 예정된 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작가는 노령 연금의 지급 시기를 늦추자고 한다. 그러면서 정작 노령연금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 즉 무차별 복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
물론 이에 대한 본질적, 철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맞닥드릴 '베이비부머'의 은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작가가 가진 시급한 문제의식일 수 있다. 근데 그 방법이 노인연금 수령을 늦추자는 것인데, 그것도 각 노인들마다 갖고 있는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은퇴 시점은 다르고 그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수령을 늦추자는 것이다.
노인연금은 누가 부자인지 가난한지를 따지지 않고 일괄적으로 주는 연금이다. 그 이유는 누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조사하는 일의 비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근데 이것을 맞춤형으로 늦추자고 하는 것이 현실성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만약 그 방법으로 베이비부머세대를 해결했다 치자, 그 다음엔 문제가 없을까?
무차별복지는 그 자체로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베이비부머를 해결한다 해도 앞으로 이어질 결과는 똑같다. 심지어 한국처럼 인구가 반토막 날 수 밖에 없는 출산율이면, 이건 베이비부머를 넘어간다 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하찮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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