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7일 넓적 사슴벌레 키우기

혼자 산지 어언 7개월여...

혼자서 접시꽃 등을 키워봤으나, 여전히 실패하고 있던 시점에, 갑자기 문득 장수풍뎅이를 키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좀 찾아보니, 일단 한국엔 사육 방법에 대한 정보가 별로 없었지만, 대략 장수풍뎅이의 수명은 3개월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장수풍뎅이가 진짜 간지인데, 3개월만 살거면 도대체 왜 이름에 '장수'가 들어간거야?

라는 생각에 사슴벌레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사슴벌레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년 이상 산다고 한다.

1년이면 애정을 갖고 키울만하지 않을까? 해서 바로 네이버로 검색해봤다.

넓적 사슴벌레가 나같은 초보가 키우기 좋다고 해서 대뜸 수컷 1마리와 소형 사슴벌레 키우기 세트를 구매했다.

곤충 한마리가 대략 9천원~1만원 정도 하고, 크기에 따라서도 가격이 다르다.

사슴벌레 사육 세트를 사면, 곤충들이 먹는 젤리와 방충시트, 톱밥, 젤리 꼽는 먹이구, 놀이목이라 불리는 나무 조각, 그리고 초파리들이 끼지 않게 방충시트를 준다.

완전 입문이었기에 3만원 정도면 꽤 괜찮다는 생각에 결국 질렀다.

루나 애완곤충이라는 곳에서 구매했다. 여기 설명으로는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1~3주 정도는 아무것도 안먹고 가만히 있을거라고 했는데 웬걸, 잠깐 밖에 나갔다오니 젤리에 머리 쳐박고 잘만 먹더라. 아마...태어난지 좀 된 애인가 보다.

이름은 여자친구 이름인 예원이라고 지었다. 여자친구가 지금은 멀리 떨어져있기에, 없는 여자친구 대신 얘를 너 대신 사랑하겠다고 하고 사육 허가를 받았다...ㅋㅋㅋ

이쁘게 꾸며진 사육통

야행성이라더니 진짜 아예 불이 꺼지지 않은 이상은 얼굴 보기 쉽지 않다.

자고 아침에 일어났을 때나, 어디 밖에 나갔다가 들어와서 불을 키면 젤리에 고개 쳐박고 밥먹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뭐 난 그렇게 자주 볼 생각도 없고 그냥 편하게 스트레스 안받고 살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어서 안보여도 그만, 가능한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려고 노력중이다.

저렇게 나무 조각 아래에 자기 살 곳을 파놓고 평소엔 저기 숨어있다가 어두워지면 슬슬 기어나와 밥을 먹는다.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자마자 불 키고 밥먹는 장면 포착!

갑자기 밝아진 환경에 어리둥절하며 얼음땡마냥 가만히 있는 모습이다.

아~ 거 참 밥먹는데! 뒤를 찍고 그러세요~

그러던 어느날 계속 보이질 않아서 어디갔나 찾아보니까 놀이목과 먹이구에 하얗게 곰팡이가 쓴게 아닌가?

식물 키울때도 저 하얀 곰팡이 때문에 짜증났었는데, 사슴벌레 사육통에도 이 사단이 났다. 그래서 놀이목과 먹이구를 들고 사슴벌레를 찾아보니 놀이목 아래에 뒤집어진 채로 깔려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설마 곰팡이때매 죽는건가? 싶어서 어서 다 빼고 깨끗히 씻어 말려놓고 다시 돌아와보니, 그새 어디론가 사라졌다.

나중에 안거지만, 얘는 나무 아래 같은데 뒤집어져서 잠을 자는건제 쉬는건지, 여튼 그냥 습성이 그런거같다.

어쨋든 천연목으로 된 제품은 별로 안좋은거 같아서 플라스틱 제품을 사서 현재는 깔아둔 상태다.

여전히 밥은 잘먹는다.

키우면서 알게된 점과 사육 방법들

- 처음엔 물을 따로 줘야 하나 생각했는데, 아무도 그런 얘기를 안하길래, 난 분무기로 주에 2~3회 뿌려준다. 습한 환경을 좋아한다기에...

- 생각보다 힘이 굉장히 쎄다. 처음에 자기가 살 환경을 만들기 위해 톱밥 아래를 사정없이 휘젓고 다니는데, 자고 일어나면 나무들 위치가 바뀌어있다. 물론 자기 집을 만들면 더 이상 그러진 않는거 같다.

- 죽은 척에 능하다. 막 바둥거리다가 갑자기 죽은거처럼 멈추는데, 그래서 내가 곰팡이 쓸었을 때 죽는건가 싶었던 것이다.

- 소형세트는 너무 작다. 그래서 지금 특대형 사육통과 그 부속품들을 사놓은 상태다. 얼른 배송와라!

- 놀이목 등을 막 혼자 움직이다가 이게 각도가 맞으면 얘가 그걸 밟고 위에 있는 방충시트를 찢고 올라온다. 잘려고 누웠는데 평소 듣던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들리길래 보니까 방충시트를 찢고 그 위에 올라와있는게 아닌가!

- 생각보다 안떨어진다. 방충시트위에 올라와있길래 얘를 어쩌나 싶어서 막 흔들어서 땅에 떨어뜨리려는데 진짜 안떨어진다.

현재는 특대형 사육통과 톱밥도 발효 톱밥이라고 영양이 있는 톱밥을 사놓은 상태다. 그리고 넓적 사슴벌레 암컷도 한마리 샀다. 제대로 키워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