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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세일즈맨의 죽음 - 아서 밀러

어빈2 2022. 1. 1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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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서 밀러
평점 7

 


개요

이 책은 1949년 발표된 아서 밀러의 희곡으로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책 뒷편의 설명에 의하면,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거장 아서 밀러의 대표작으로, 20세기 최고의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면서 '무너진 아메리칸드림의 잔해 속에서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이라고 써놨다.

 


내용

60살이 넘은 윌리는 세일즈맨이다. 그의 아내 린다는 헌신적인 주부다. 두 명의 아들이 있는데 첫째 아들 비프는 34살로 아직 인생의 갈피를 잡지 못한 혼란기의 인물이다. 둘째 해피는 꽤나 잘나간다고 알려진 직장을 갖고 있으며 세속적인 사람이다.

어느날 서부 목장에서 일하던 비프가 집에 돌아오게 되고, 계속 인생을 방황하고 있던 비프는 계속 자신을 비난하던 윌리와 틀어진 관계를 정면으로 직시하면서 거짓과 허상위에 가짜로 만들어진 가족의 화목함이 박살나게 된다.

 


느낀점

일단 굉장히 재밌다. 희곡이기 때문에 대화로 이루어져있고, 연극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어려운 대사도 존재하지 않다. 마음잡고 읽으면 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마치 미드 24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주제가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 잔해 속에서 허망한 꿈을 좇는 소시민의 비극'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본주의 비판적 요소가 포함되어있다. 자본주의적 사회 구조 속에서 가족이 해체되는 장면을 그리고 있으며, 그 마지막도 자본주의적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 비판적 요소가 한 트랙으로 존재한다.

반면 다른 트랙으로는 가족간의 관계 속에서 서로 솔직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할 때 생겨나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이 부분은 자본주의나 아메리칸 드림이랑은 별로 상관없는게, 이런 일은 자본주의 아메리카가 아니어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적인 부분을 꼽으라면, 윌리의 직장 문제가 있다. 윌리는 30년을 한 회사에 충성하며 세일즈맨으로 고생했고,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회사에선 윌리에게 월급을 주지 않고 커미션만 준다.

매일 나가는 보험료와 관리비, 각종 수리비 등을 감당할 수 없었던 윌리는 가족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고통받으면서 고민하나, 계속 자살 시도를 하면서 무의식중에 죽음만이 정해진 결과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에 윌리가 가족에게 책임을 다하게 위해 보험금을 남기면서 자살하는 장면도 자본주의의 잔혹한 면을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세일즈맨의 죽음'이다.

다른 트랙의 주제를 현대에 맞게 말하자면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다.

학부모들은 자식이 고3이 되어야 비로소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애인지 아닌지를 깨닫게 된다. 근데 그러면 이미 늦은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지 여부 이전에, 내 자식이 어디에 적성이 있는지는 아예 알지도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러면서 상투적으로 "우리 애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해요"를 연신 외치게 된다.

이 책도 비슷하다.

윌리는 자기가 잘나가던 시절, 두 아들과의 관계가 매우 좋았던 시절을 늘 중얼거리면서 회상하는데 대부분은 어렸을 적 비프와 대화다. 비프가 고등학교 때 학생들의 우러름을 받는 사람이었기에 윌리는 비프를 늘 과대평가하고 그가 졸업하고 나서 성공한 인생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의 비프는 실패한 인생에 계속 방황하고 있다.

비프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 결국 갈등이 폭발하게 되는데, 세월 속에 쌓이고 쌓인 왜곡과 거짓, 환상과 과대평가는 이를 직시하는 순간 가족의 해체라는 파국을 낳는다.

윌리는 작 중에서 계속 씨앗을 심어야 한다고 중얼거리며, 실제로도 작품 후반부에 씨앗을 심는데 이는 윌리가 가족관계를 다시 바로잡고 싶어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그러나 비프가 자신의 존재가 거짓된 가족 관계 속에서는 성립될 수 없다 생각하고 가족관계를 끊고 떠날 생각을 하자 윌리는 평소 생각하던 대로 자신의 사망 보험금을 가족에게 남겨주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고 자살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장'의 죽음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비프는 장례식장에서 윌리가 허무한 꿈을 좇았음을 비판하지만, 세일즈맨으로 성공하고 가족을 부양하고 가장으로 위엄을 지키며 아들들이 다 잘되길 바라는 꿈이 잘못된 꿈일까?

이 희곡이 가치가 있는 이유는, 바로 그런 가장의 모습이 시대를 초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비록 자본주의의 구조 속에서 허무하게 스러져갔지만,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소시민적 가치가 아니라 인류를 관통하는 모든 아버지들의 가치다.

이를 단순히 아메리칸 드림이니 자본주의니 하는 말로만 갈음하는 것은 오히려 폄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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