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멋대로/사회

안전불감증과 하인리히 법칙

어빈2 2021. 10. 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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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하철을 탈 때마다 역에 정확히 정차하지 못하고 다시 움직여 자리를 재조정하는 일이 많다. 최근 2년동안 위치 재조정을 본 횟수가 그 전 10년보다 많은 듯 하다. 일주일에 기껏해야 지하철을 3일 정도 타는데 탈 때마다 1번 이상은 꼭 재조정을 한다. 예전에는 안그랬는데 도대체 요즘은 왜그럴까?

 

한국인은 큰 사고가 날 때마다 안전불감증 운운하면서 책임자를 악착같이 찾아내어 마녀사냥 하고 마치 정의가 실현된 것이 안전불감증을 어느정도 해결한 것 처럼 자위한다. 세월호는 무슨 해상 안전에 대한 규칙이나 법이 없어서 사고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정신이 문제일까? 내 생각에 이를 안전불감증으로 진단한다면 오진이다.

 

원래 인간은 자기가 직접 맞닥뜨린 위협 외에는 감지하지 못한다. 개인에게 오는 위협도 못 알아채는데 수백 수천명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더하다. 비록 위험하다는 징조를 발견했어도 나 외에 다른 사람들이 나와 같이 이용하고 있다면 집단 속에서 안도감을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안전불감증으론이 현상을 설명할 수도 없으며 실제 위협에 대비할 수 도 없다.

 

공공시설에서의 안전은 바로 돈이다. 돈을 많이 쏟아넣으면 더 안전해지고 아니면 안그런 것이다. 안전 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무리 교육을 많이 해도(물론 그 교육도 결국 돈이다) 그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투입 대비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바로 돈이다. 일주일에 한 번 점검할 것을 두 세번 점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돈이다. 세월호 인양에 반대를 한 이유 중 하나도 인양 비용을 해상사고 방지에 투자한다면 해경들 배라도 한척 더 사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돈이 우리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지, 안전 불감증을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린다.

 

실제로 선진국과 후진국의 사고를 봐도 그렇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과 일본, 미국 등에서는 큰 사고가 나지 않는다. 미국에서 매번 총기 사고가 나지만 인구대비 총기로 인한 사망률은 다른 총기 허가 국가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멕시코와 비교해봐도 그렇다.

 

북유럽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기껏해야 자연 재해인데 자연 재해가 닥쳤을 때도 선진국들은 후진국에 비해 피해가 크지 않다. 이유는 정신적인 것도 있을 것이다. 안전을 조금 더 생각하는 마음이 선진국 주민들한테는 있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필수적인 의식주가 해결되면 사람들은 다른 곳에 관심을 갖기 때문이다. 반면 후진국은 필수적인 의식주조차 해결되지 않았다. 그래서 안전은 뒷전이다. 즉, 이들의 차이점은 바로 돈이다.

 

지하철은 현재 지하철공사로 합쳐졌지만 그 전에 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로 나눠져있을 때에도 적자가 심각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마당에 강력한 노조와 만성 적자로 회복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노조가 파업하고 점점 임금을 높게 받으며 자신들의 멋대로 할수록 그들에 대한 교육의 강도는 떨어진다. 비행기, 기차, 배 등 수 많은 사람들을 운송하는 책임자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도덕교육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의 문화에는 군대 문화가 다분히 베여있다. 엄격한 규율 속,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떼거지로 죽기 때문이다.

 

지하철도 그래야한다. 그러나 노조의 강력함은 사측의 교육 강도를 떨어뜨리며 권리만 요구하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구의역 청년 비극’ 뒤 민주노총 노조원 무단이탈 있었다

뒤늦게 법원 판결로 드러났다.

www.joongang.co.kr

 

전에 구의역 스크린도어 수리 중이던 젊은이가 사망했을 때도 그렇다. 당시 같이 보조를 맞춰야 하는 인간은 민주노총 출신으로 일하는 시간에 나가서 놀고 있었다. 그래놓고선 무슨 사측이 인건비를 아끼려다가 그랬다는 식으로 책임을 물었던 것이 바로 노조다. 이런 노조의 행태는 회사 측을 위축시키며 회사는 노조한테 여론몰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록 엄격한 규율이 필요하다고 해도 그게 '갑질'로 불릴까봐 하지 않는다. 그 부작용은 시민들이 오롯이 감당해야하는 것이다. 최근 지하철이 역에 제대로 정차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서 터져나오는 사소한 사고들로 보인다.

 

하인리히의 법칙이라는게 있다. 1:29:300의 법칙인데 아래 그림과 같이 300번의 사소한 징후와 29번의 작은 사고, 1번의 대형사고라는 뜻이다. 지금은 300번의 사소한 징후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29번의 작은 사고로 이어지고 세월호 같은 큰 사고가 우리를 덮치는 것이다. 그리고 매번 그랬듯이 안전불감증을 운운하며 책임자를 마녀사냥하는데만 열중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것이다.

 

아무리 각지해서 경고를 해도 노조는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이기에 절대로 권리를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지하철은 시민의 재산이고 자신들은 시민의 재산을 위탁운영하는 대리자임에도 주인-대리인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지하철공사. 지하철 노조가 각성하길 바라는것은 불가능일까.

 

나와 소중한 사람들, 선량한 시민들이 부디 큰 사고에 재수없이 걸려들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인듯 하다.

 

 

사고,사고,또 사고...文 "안전 때문에 눈물짓는 국민 없게 하겠다"더니 - 펜앤드마이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데 저만큼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집행할 준비된 후보는 없습니다”, “국민이 이만하면 됐다고 하셔도 또 챙기고 또 챙기겠습니다”지난해 4월 13일 문재

www.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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