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 패러다임은 한국의 지적 삶을 너무나 깊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여타의 가능한 역사 해석 방식을 모두 어지럽히고 포섭하며 또는 실제로 말살시켰다. 사회단체와 계급, 정치적, 문화적인 운동, 정부나 여타 기관, 개별 인물, 소설, 시, 영화, 학문 심지어 사상 자체에 이르기까지 모든 주제가 근시안적인 민족주의적 렌즈를 통해 조사된다. 이렇게 해서 가치가 매겨지고 유죄판결이 내려지고 영웅과 매국노, 희생양, 가해자들이 지명된다. 그것은 역사가 뿐만 아니라 역사적 사실들까지도 통과해야하는 협소하고 용서 없는 문이다. 감히 민족주의적 틀 자체의 적절성이나 정당성에 도전하는 역사 해석은 물론이고, 그 틀 바깥에 있는 역사 해석은 어느것이나 증거에 관계없이 사소한 것으로 무시되거나 도덕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