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윤석열은 계엄에 실패했고 탄핵됐다.
계엄은 고도로 정치적인 행위기 때문에 오직 '실패'만이 탄핵 사유이며 그 외의 어떤 사유든 사족일 뿐이다.
즉, 1) 계엄이 부당하다는 민주당의 주장인, 헌법과 계엄법이 요구한 계엄 조건에 합치되지 않는 위헌/불법적 계엄이란 말은 터무니 없다.
최상위법인 헌법이 실패한 예외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비상조치로 계엄을 선언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판단되는 헌법의 요소를 들어 계엄이 위헌이니 하는 것은 넌센스다.
2) 반대로 계엄이 옳고 탄핵이 부당하다는 세력이 탄핵 심판과정과 결과가 위법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민주주의의 실패로 헌법이 국민을 공격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판단하여 계엄을 했으면, 그 변호논리로 실패한 헌법을 드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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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되자마자 대선국면을 맞아 국힘당에서 마치 언제 탄핵이 있었냐는듯 나요 나요하면 대선 출마하는 모습이 진심으로 역겹다.
특히 탄핵에 반대한 홍준표, 나경원, 김문수 등의 출마 선언은 진심으로 역겹다고 생각한다. 탄핵이 됐으면, 그 반대자들도 같이 탄핵 된거라 보는게 맞다.
또한 윤석열이 계엄을 선택하는 상황을 만드는데 전적으로 협조한 국힘당(왜냐하면, 대통령과 민주당의 충돌 과정에서 단 한번도 완충이나 중재 역할을 안했기 때문에)의 지지자들이 이준석을 공격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자기들이 초래한 사태에 책임이 없는 사람에게 이재명은 안되니까 국힘당 후보로 단일화해라? 제발 반성부터 하는게 맞지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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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초래한 이재명 시대에 보수는 어떡해야할까?
최근 보수논객인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이 광주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 '만민공동회'에 참석했다고, 드디어 변절자가 되었다는 욕이 한가득이다.
정규재 주필이 왜 갔는지, 가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정 주필이 이재명 대통령 시대가 오면 중요한 자리를 하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게 보수가 살고 나라가 사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1.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는 순간부터 민주당은 분열한다. 지금도 내부의 계파투쟁이 심한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5년 뒤 다시 이재명으로부터 권력을 뺏어오기 위해 민주당 내 비명계, 즉 운동권 주류 세력들은(정동영, 추미애, 김경수 등)이재명과 사사건건 부딪힐 확률이 크다.
2. 민주당의 내분만이 문제일까? 조국당의 존재가 더 무서운 위협이 될 것이다. 조국당이 호남의 지지를 가져가는 순간 이재명은 안팎으로 위기에 처할 것이다.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노무현 꼴이랄까.
3. 그렇다면 이재명은 자신을 지지해줄 다른 세력을 찾을 수 밖에 없는데, 그 세력은 중도와 보수다.
4. 즉 이재명이 필요로 할 때 이재명과 발 맞출 수 있는, 또한 중도가 보기에도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 보수 세력이 준비되어있어야 되는 것이다.
5. 이재명이 보수와 손을 잡으려할 때 남아있는 보수가 전광훈/손현보계이거나 윤어게인을 외치는 보수, 부정선거패 밖에 없다면, 손을 잡는 순간 이재명은 민주당과 조국당으로부터 완전히 축출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6. 그럼 남은 보수는 계엄 반대/탄핵 찬성했던 보수만 남는다. 그들이 그나마 국민들 일반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합리적 보수고, 민주당 친명계가 굳이 정규재 주필을 광주로 초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7. 이재명 반대를 외치는것도 좋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국힘이 정권을 연장한다는 것이 가능성 있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다.
8. 굳이 보수가 정권을 연장할 수 있다면, 이 사건에 책임이 없는 이준석이 가능하겠으나, 국힘이 이준석으로 단일화 할 가능성도 낮고, 이준석이 지금 대통령이 되는 것도 이르다는 생각이다(개인적으론 4년 중임제 개헌이 되고 대통령에 도전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9. 이재명이 최근 우클릭 공약을 내세우는 이유도 그가 합리적 보수와 손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10. 이재명은 이념과 철학이 옅어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의 말을 듣는 사람이다. 그래서 우클릭 했다가도 우클릭했냐고 물어보면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이냐고 거짓말 한척 하는 것이다. 아직 보수가 자신을 지지해준다고 생각 안하니 그런 질문에 그런적 없다고 손사레를 치는 것이다.
11. 이 말은 보다 합리적인 보수가 조직되어 그를 강력하게 끌어야됨을 뜻한다.
12. 끌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가 완전히 왼쪽이 치우치지 못하게 해야하는 것이다. 이재명은 절대 안된다고 반대하는 보수들은 그가 나라를 베네수엘라처럼 밑바닥에 쳐박을 것을 걱정하는데, 이재명이 대통령 될걸 알면서도 이재명 정부에 들어가 균형을 잡아줄 발상을 못한다는 것은, 오히려 베네수엘라 행에 일조하는 행위가 아닐까?
13. 그가 민주당과 조국당에 포위되어있을 때 그가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있어야되고, 정규재 주필이 현재 친명계 민주당과 비판적 우호관계를 유지한 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얼굴을 비추고 받아들여질 수 있는 '적의 적은 동지'라는 위치를 지금부터라도 확보하는게 나라를 구하는 길이다.
14. 그런 의미에서 정규재 주필의 행보를 욕하는 보수의 언어는 이해할 수 있으나 전략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15. 보수는 이재명을 반대하고 보수 후보를 내세우려는 행동과 동시에 이재명 정부 하에서 경제를 이끌어갈 합리적 보수 조직을 구성하는 전략도 시행해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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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선 때, 트럼프의 패색이 짙어 바이든 시대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를 말했다가 넌 바이든 지지자냐고 욕먹은 적이 있다. 그런 비합리와 비논리가 지금의 윤어게인, 부정선거패의 모습으로 이어져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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