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책

[책리뷰] 왓치맨 - 앨런 무어

어빈2 2023. 2. 1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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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앨런 무어
평점 8

 


개요


2권으로 이루어진 이 코믹스는 1986년부터 87년까지 DC 코믹스에 연재된 히어로물로 코믹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를 증명하듯 이 책은 지금까지 나온 코믹스 중에서 유일하게, 권위있는 SF문학의 노벨상인 휴고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내용


코믹스의 내용은 2009년 개봉한 잭스나이더 감독의 영화 <왓치맨>과 거의 동일하기에 영화 <왓치맨>의 위키백과 줄거리 소개를 그대로 따온다.

1985년의 어느날, 자칭 미국을 보호했던 히어로 집단 왓치맨(Watchmen)의 일원 "코미디언"(제프리 딘 모건)이 괴한에 의해 살해당하면서부터 스토리의 플롯이 짜여 나가기 시작한다. 당시 시대배경은 아슬아슬하게 냉전의 균형이 이루어지고있던 현실에 근접한 세계정세의 구도이다.

법적 절차를 전제하지 않는 개인적인 빌런 처단을 금지시키는 ‘킨 법령’의 발동으로 히어로들은 대부분 자진해서 은퇴하였고 일부 극소수만이 정부기관의 통제하에 활동하게 된다. 몇몇 히어로들은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코미디언"의 죽음에 얽힌 실타래를 풀어보려고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자신들과 복잡하게 뒤엉킨 과거의 또다른 자신들의 추악한 진실과 맞딱드리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부딪친다.

 


느낀점


예전에 영화를 보고 리뷰를 쓴 기억이 있다.

 

[영화리뷰] 왓치맨(Watchmen)

감독 잭 스나이더 출연 재키 얼 헤일리, 빌리 크루덥, 제프리 딘 모건 개봉 2009년 평점 9 줄거리 "Who Watchs Watchmen" 히어로의 활동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된 이후에 히어로로 활동하며 자경단의 역할

irvine0212.tistory.com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여기서 어렵다는 것은 겉으로 보이기엔 그저 정의를 위해 작은 것을 희생시킬 수 있냐는 등의 상피적인 주제들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한 액자식 구성으로 내용 안에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영화를 볼 때 느꼈던 당시 리뷰를 쓸 때의 내 생각과 비교하여 최근에 책을 보고 느낀 다른 착안점이 떠올라 여기서 끄적여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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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watches watchmen(누가 왓치맨을 감시하는가)는 이 책의 주제이다. 이전 영화 리뷰에도 이를 밝히고 있는데, 내가 쓴 영화 리뷰의 문제는 '누가 왓치맨을 감시하는가'라고 시작하고선 느낀점이 산으로 간다는 것이다.

즉, 절대권력에 대한 감시라는 정치철학적 주제를 앞에 내세우고선 그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히어로 개인에 대한 입장 차이를 열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이 영화 리뷰를 쓸 당시 상징하고 있는 바에 대한 깨달음 부족이라고 밖에는 변명할 도리가 없겠다.

여하튼 지금 시점에서, 머리가 조금이나마 더 커진 지금, 이 책의 주제를 발간된 시점과 미국적 정신과 연관지어 생각해본다면, 이 작품은 개인과 국가 사이의 긴장과 갈등을 보여주는 작품이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B급 장르물도 그 본질에 충실한 것이 아닌 이상 보여주려고 하는 것은 인간사회에 대한 비유이다.

예를들어 좀비 영화인 <플래닛 테러>의 경우 좀비영화 본연의 재미인 슬래셔에 충실하기에 이를 인간 사회에 대한 비유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반면 같은 좀비물인 <28일 후>는 인간 사회에 대한 비유다.

왓치맨은 어떨까? 히어로 물이지만 <어벤저스>와는 결이다른 인간 사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인간사회를 비유하는 한, 각 히어로가 상징하는 것 또한 인간사회의 피조물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예를들어 닥터 맨하탄은 역사의 신을, 오지맨다이스는 정부를 상징하는 등이다. 어쩌면 그래서 히어로 이름 오지맨디아스일까? 오지맨디아스는 고대 이집트의 위대한 파라오인 람세스 2세의 그리스식 이름이다.

닥터 맨하탄을 신이 아닌 '역사의 신'이라 해석한 이유는, 그가 신과 같은 능력을 지녔지만, 진화론적 관점을 취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대사가 나온다. 닥터 맨하탄은 슈퍼맨이 아니라 신이라고. 즉, 인간에 관심이 많아 직접 도와주려는 슈퍼맨이 아니라, 인간에 아무 관심이 없는, 이미 벌어진 역사를 기록을 하는 초월체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누가 왓치맨을 감시하느냐'를 통해, 국가가 절대 권력을 갖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에 대한 자유주의 철학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책 속의 책, 재미있게도 이 책엔 등장인물이 보는 만화책을 통해 책 속에 또 다른 책을 넣어놓고 있는데, 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오래된 속담인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보다 조금 더 확장된, '그 길은 바로 너가 너도 모르게 걷고 있는 것이다'라는 인간 인식의 오류와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파스칼의 <팡세>에도 나온, 인간은 종교적 열정에 가득찰수록 보다 열의와 기쁨에 가득 차 '악'을 행한다와도 같다.

작중 오지맨디아스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는데, 오지맨디아스는 인간의 궁극적 평화를 위해 인류의 공적을 만들어 소련과 미국이 서로 동맹을 맺는 방법을 통해 평화를 달성한다. 그러나 '인류의 공적'은 닥터 맨하탄의 힘을 이용한 가상의 외계인 침공이었으며, 이 때문에 수 백만의 인간이 사망한다.

평화로 포장되어있는 선의는 수 백만의 거짓된 죽음인 지옥으로 포장되어있음을, 오지맨디아스가 가진 인간 인지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고 이는 곧 파멸을 담보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다.

로어셰크와 코미디언은 양심을 가진 개인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이 부분은 공부가 더해지고 시간이 지나면, 각각 상징하는 인물이 어떤 철학을 반영하는지 아는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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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스나이더의 영화 <왓치맨>을 보고 그의 팬이 되었다.

잭 스나이더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2류 감독인 것임이 오롯이 드러났음에도 그에 대한 팬심이 깎이는 정도가 크지 않았는데, 이 코믹스를 보고 상당히 증발해버렸다.

원작이 있는 영화니까 스토리가 원작과 똑같다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잭 스나이더가 영화에서 그리고 있는 장면들은 거의 모두 코믹스의 구도 그대로였다.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감독만의 연출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조차 코믹스의 컷과 동일했다는 점에서 잭 스나이더가 한참은 모자라는 감독이라는 생각이 더욱 깊어졌다.

또한 코믹스 자체가 영화화를 염두해 두고 만들어졌다는 생각도 들었다.

유일하게 다른 장면은 마지막 씬인데, 이는 잭 스나이더가 한 수 위라는데 동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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